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왜 쓰기 시작했냐면... 같은 성우분이 연기하셔서..... 이 둘이 붙여보고싶다고 생각했습니다........(ㅋㅋ)
커플링을 노린 건 절대로 아닌데 이걸 뭐라고 써야하나 긴가민가했어요...... 저 제목이 최선이었습니다(...)
원래 좀... 진득하게... 쓰고 싶었는데 워낙 아는 게 없고 쓰다보니 이거 적폐오브더적폐 아녀... 싶은 생각밖에 안 들어서 드랍했습니다.
원래 뒤에 뭐가 더 있었는데 쓰면서 찐한... 현타가 와버리는 바람에...
글자수는 공미포 2600자 정도네요 쓴 것도 없는데 뭐 이리 많담... 퇴고 대충 했습니다.
“계세요?”
흐음. 검고 붉은 머리카락이 살랑였다. 안에서는 여느 사무실에서나 날 법한 소리가 새어나오고 있었다. 종이가 하늘거리는 소리, 펜이 사각사각 뒤척이는 소리, 무언가를 조작하는듯한 기계음. 없는 건 아니고, 대답하기 싫거나 무시하거나. 뭘 하고 있어서 못 들었다기에는 노크도 했는데. 종한구는 딱 거기까지만 생각했다. 오래 걸리는 일도 아니었던 탓이다. 문은 가볍게 열렸다. 방안은 살풍경했다. 사람 냄새가 거의 나지 않는 곳. 필요한 가구만이 비치된, 사무실의 표본 같은 공간이었다. 누구든 자신의 영역에는 개성을 묻히기 마련이다. 그렇게 생각하자면 그곳은 그답다고 할만했다. 다른 모든 것들이 군더더기 없이 깔끔했으나, 책상 위만이 유일하게 어느 정도 흐트러져 있었다.
“있으면 대답 정도는 해주지 그래요?” “용건을 말해.” “나 참, 나는 바쁜 사람이라구요. 가게도 비우고 왔더니만.” “잡담은 질색이다.”
예리한 눈이 종한구에게 향했다. 그럴 의도는 없었겠지만 안화의 시선은 어딘가 서늘했다. 왜 그를 어려워하는 사람이 많은지 의구심을 품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 경우는 대개 안화를 한번 만나보면 단번에 해결되었다. 종한구는 그런 경우가 아니었지만. 그는 그 눈을 처음 마주했으나 웃고 있었다. 무서워라. 날 잡아먹겠어요. 웃음 섞인 말소리가 바닥에 떨어졌다. 검은 발이 방 중앙의 탁자에 다가갔다.
“맡은 일은 제대로 했으니 걱정 마세요. 돌려주러 온 것뿐이에요.”
사람을 시키면 되지 않았나. 어느새 눈길을 거둔 안화가 서류를 훑으며 말했다. 종한구는 작은 나무상자를 내려놓은 참이었다.
“이런 일에 굳이 돈을 쓰고 싶진 않아서요! 겸사겸사 중앙청 견학도 좀 하고?”
대답이 따라붙지는 않았다. 안화가 낮게 움직이는 소리만 들렸을 뿐이다. 그것만. 종한구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눈앞의 남자가 일하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침묵이 짙게 내려앉았다. 아직 할 말이 남았나? 화면을 쳐다보던 안화가 한 말에 종한구는 아, 하고 작게을 뱉었다. 정신을 차린 사람처럼.
“나중에 우리 가게에 올래요?” “거절하지.”
아아, 이유도 안 들으시네. 종한구는 낙담하듯 중얼거렸다. 그러나 곧 다시 웃었다. 방의 소음에 발소리가 섞였다.
“뭐, 언젠가는 심경의 변화도 생기겠죠. 당신은 우리 가게에 들르게 될 거예요.”
또 봐요! 그는 그렇게 말하고는 문을 닫고 나갔다. 마지막으로 눈이 마주치지 않았나? 잠시 문 앞에 서 있던 종한구는 잡고 있던 문고리를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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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한 냄새가 났다. 동방거리의 음산한 가게에는 날따라 기계 인형이 없었다, 그가 들여보낸 탓이다. 만장정은 항상 고객이 붐비는 곳이 아니었다. 종종 찾아오는 손님에게 거액을 받는 가게였다. 종종 사기를 치는 경우도 없지는 않았지만, 그 일들조차도 종한구는 필요하실 것 같아서 말이죠- 하며 능청을 떨었지만.
거리가 한층 선명해지면 사람이 적어진다. 그 정도에 그치면 그나마 다행이다. 눈앞조차 희게 흐렸다. 그런 날이기에 굳이 로봇 남매를 세워두지 않았다. 그리고 어쩐지 날따라 일이 없었던 탓에. 굳이 찾아오는 손님이 있다면 접대는 저 혼자만으로도 충분했다. 대체로 그랬다. 종한구는 따뜻한 찻잔을 만지작거렸다. 떨어지는 빗줄기를 하릴없이 응시하던 눈이 가늘어졌다. 검은 인영이 보인 탓이다. 만장정은 동방거리의 구석에 있다. 그 근처에 있는 거라곤 대부분 빈 점포였고, 있다고 하더라도 간헐적으로 열리는 가게 두어 개뿐이었다. 그리고 오늘 연 가게는 만장정밖에 없었다. 가까워졌던 소리가 도로 멀어졌다. 대신 잘게 뛰어다니는 발소리가 들렸다. 빠르게 커지던 소리는 바로 근처에서 뚝 멎었다. 금방 잔을 비운 종한구는 남아 있던 다과를 입에 넣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허공에서 빛이 피어올랐다, 정확히는 푸른색의 불이었다. 그 속에서 검은 항아리가 튀어나왔다. 똑같은 일이 두 번 일어났다. 병괴물들이었다. 그는 문 앞에 쪼그려 앉아 고개를 끄덕이다간 만족스럽게 웃었다.
“고생했어요. 역시 내가 보는 눈은 있다니까, 그쵸?”
병괴물이 종한구 주위를 빙글빙글 돌며 뛰었다. 키득거리는 소리가 났다. 알아요, 농담이에요. 그는 속삭이며 손가락을 움직였다. 병의 발에서 푸른 불꽃이 피어났다. 곧 아무것도 없던 것처럼 사그라들었다. 그렇게 그 자리에는 종한구만 남았다. 창틀에 놓여 있던 항아리에서 다리가 뻗어 나왔다. 병괴물은 자리에서 소리 없이 통통 뛰었다. 물이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무엇을 찾으시나요?”
그는 무릎을 털고 일어섰다. 무언가 바닥에 몇 번 닿는 소리가 들렸다, 후두둑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병괴물이 뛰어내려 종한구의 발치에 섰다. 빙글빙글 돌던 병괴물이 조만간 탁자로 뛰어갔다.
“널 찾아왔다만.”
“아? 어떡하죠, 저는 팔지 않아요.”
“말장난은 그만하지.”
“하하, 재미없었나요? 미안해요.”
만장정에는 우산꽂이가 없었다. 안화는 미간을 일그러뜨린 채 서 있었다. 그가 가게에 발을 들인 건 문에 기대놔도 된다는 말을 듣고서였다. 미닫이문에 닿았던 손이 금방 떨어졌다. 열려 있던 문이었으므로. 다기들을 머리에 인 병괴물이 종한구 곁으로 뛰어갔다. 그때까지도 안화는 서 있었다.
“차는 생강이랑 유자가 있는데. 어느 게 좋아요?”
“필요 없다.”
“춥잖아요? 그냥 마셔요. 아, 코코아가 좋은 거면 그것도 있고?”
대답이 없었다. 종한구는 찬장을 뒤적이다 말고 웃었다. 그럼 유자차로 드릴게요. 무언가 맑게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유리나 도자기 따위가 서로 닿는 소리. 안화는 얽어 낀 팔 안쪽을 검지로 두드렸다.
“진득하게 얘기할 수 있을 정도로 한가하지 않아.”
“해야 할 걸요? 저는 당신의 문제를 단번에 해결할 수 없어요.”
“그래? 그럼 가야겠는데.”
“하지만 여기서 당신을 도울 수 있는 사람도 저밖에 없지 않을까요?”
나는 못 한다고는 안 했어요. 당신의 허락을 맡아야 할 부분이 있어서 그렇지. 종한구가 병을 돌려 닫으며 말했다. 안화는 결국 자리에 앉았다. 그의 앞에 엷게 김이 올라오는 잔이 놓였다. 종한구의 발치를 돌아다니던 병괴물이 창틀에 가 섰다. 그리곤 느리게 좌우로 움직였다. 눈으로 그를 좇던 안화는 곧 시선을 돌렸다.
“이렇게까지 뜸 들일 필요는 없을 텐데.”
“그렇기야 하겠죠. 이 날씨에 굳이 여기까지 찾아온 사람을 그냥 보내기 힘들어서요.”
“본론이나 말해.”
“성질도 급하시기는.”
광택 없는 눈이 바닥을 굴렀다. 오늘 업무는 끝나셨나요? 종한구는 잔을 입에 댄 채 그를 보고 있었다. 안화는 입을 벌렸다가 도로 닫았다. 그 핏빛 눈이 흐렸던 탓이다. 그는 저를 보고 있는 게 아니었다. 안화는 탐탁지 않은 듯이 짧게 대답했다.
“그래.”
“그래요? 다행이네요.”
그럼 실례 좀 할게요. 문득 병괴물이 내려왔다. 새파란 불이 시야를 희게 물들였다. 금세 사람이 한 명 사라졌다. 검은 물체가 탁자 밑에서 서성거렸다. 얕은 한숨이 바닥에 흘렀다. 조만간 일어선 종한구는 가게의 문을 닫았다. 창문 역시 닫혔다. 그는 착잡한 얼굴로 돌아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