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자코테랑 암기우라가 보고 싶긴 했는데 잘 모르겠습니다 아는 게 있어야 뭘 쓰든지 할텐ㄷㅔ...
"어, 깼네."
아주 덤덤한 목소리였다. 타닥, 탁, 어떤 것이 가볍게 터지는 소리가 났다. 간헐적으로 사각이는 소리가 울렸다, 그는 글씨를 쓰고 있나. 시야가 영 흐렸다. 모든 것의 상이 제대로 맺히질 않았다. 눈이 이렇게 나쁘진 않았다. 이전에 눈에 무언가 맞은 적이 있던가? 아니, 없었는데. 온몸의 뼛조각들이 삐걱였다. 근육이 찢어지도록 호소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웬 빛덩이가 근처에서 빙빙 돌았다.
"요정의 화를 사시려고?"
뻗던 손이 멈춘다. 말리진 않는데. 빛덩이가 그의 곁으로 옮겨갔다. 저게 요정인가? 정령을 봤으면 봤지 요정은 본 적이 없었다. 의자가 뒤로 밀려났다. 눈이 마주친다. 눈 한 쌍이 불을 등진 채 가만히 날 바라봤다. 썩 좋은 기분이 들진 않는다. 어떤 곳에 올려진 대상이 된 듯한 기분은 유쾌할 수가 없다. 그의 곁을 맴돌던 빛이 사위었다.
"몸은 좀 어때." "넌 누구야." "서로 피곤할 짓은 하지 말지. 먼저 물은 건 나야."
검은 실루엣이 움직인다. 그가 몸을 당겨 앉았다는 추측을 했다. 눈을 굴려도 어두운 곳에서 무엇이 무언지 가르기는 어려운 법이었다. 그가 날 해하고자 했다면 진즉 그리 했을 테다. 소리를 죽인 한숨쯤은 눈감아질 수 있으리라.
"그저 그래." "그래? 안됐네."
케아토 히가. 아는 사람 뒷바라지하는데 웬 기사가 엎어져 있어서. 그의 입이 움직이다 만 것 같았다. 그는 찌푸린 눈으로 날 보고 있진 않나. 그런 생각을 했다. 아. 그는 자그맣게 탄성을 내뱉곤 천천히 일어섰다. 의자가 잠시 삐걱였다. 그는 저 안쪽의 벽에 다가가더니 무언가를 안듯이 들어올렸다. 다소 힘겨워보였으나 그는 이내 내 발치에 검을 떨어뜨리듯 놓는다. 거, 더럽게 무겁네. 너흰 이런 걸 잘도 들고 다녀. 그가 중얼거렸다. 숨기고 있던 건 아닌 것 같다. 깼으니 이제 나가란 소린가. 그렇게 읽혔다. 이불을 걷고 발을 내었다. 발에 무게를 실으면 발목부터 욱신거림이 터지듯 온몸 구석구석에 흩어졌다. 이를 꾹 물었다.
"가려고."
다시 본 그는 반쯤 돌린 의자에 앉아 있었다. 턱을 괴었는지 발음이 분명하지 않았다. 검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간다.
"그러라고 준 게 아니었나?" "네가 날을 좀 세워야지."
정보를 충분히 주지 않는 건 아마 그의 습관인 것 같았다. 아주 자그맣게 웃는 소리가 났다. 그는 의자를 더 돌려 책상을 앞에 둔다. 다시 의자가 뒤로 밀린다, 그는 책상을 짚고 벽의 책등을 훑었다.
"좀 쉬어. 난 사람 하나 있다고 달라질 거 없으니까."
그는 여느 책의 머리를 눌러 꺼낸다. 손바닥 안에 들어찬 책이 펼쳐지기는 금방이다. 문득 의자가 다시 돌았다. 그는 미코테족인가. 그런 생각을 어렴풋이 하다간 그가 손을 올린 걸 본다.
"이거 보여?"
눈살을 찌푸린다. 그는 픽 웃었다. 몇 개게. 그는 장난을 칠 사람인가? 모를 일이다. 놀리는 걸 좋아하는 사람인가? 역시, 모른다. 불쾌함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데도 꿋꿋하게 장난을 이을 것 같지도 않다. 시선을 돌렸다.
"…두 개." "오. 눈은 괜찮아졌나보네."
무슨 말이냐고 묻진 않는다. 서걱이는 소리가 가늘었다. 벽은 검다.
"그래, 배는 안 고프고?"
대답하지 않는다. 사각임이 멎지는 않는다. 잠시 불망울이 튀는 소리가 났다. 다시 눈을 굴렸다. 빛은 그의 윤곽만 드러낼 뿐이었다. 옅게 한숨을 쉬는 소리가 들렸다. 무언가 삐걱이는 소리가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