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랍
14, 24.
뭐지? 왜 이렇게 오랜만에 오는 것 같지 실제로 오랜만에 오는 것 같아요
과제하느라 조사하고 있는데 이것저것 보다보니 눈이 막히는 기분이에요... 기분전환 겸 백업.
생각해보니 올해에도 작년에도 완결된 글을.... ......썼... 썼......아...ㅋ.ㅋ.ㅋ.ㅋㅋ쓰긴 썼는데 만족을 못 했어요.....
여튼 이번에도 조각글이에요! 길이는 들쭉날쭉합니다.
퇴고는 하지 않아요~~~~
잠깐 나루토를 팠던 적이 있어서... 나루토도 조금 있고... 그렇네요 엘소드도 있고... 파판14도 있고... 파판14가 있습니다 ^^)...
오르모험이 섞여 있는데 이 경우 ★모험가는 메테오(파판14 트레일러의 중원휴런)가 아닌 제 자캐입니다!!★
스포일러? 가 있을 수도 있어요. 아마 시점은 신생 에오르제아 희망의 등불... 이긴 할텐데 어쩌면 창천의 이슈가르드(3.0) 스포가 있을 수도 있어요... 혹시 내가 정말 새싹이라 희등이고 3.0이고 모른다 하시는 분은... 이슈가르드 진입을 하지 않으셨다면 뒤로 가주시고........ 메인퀘스트 레벨 제한이 60이 아닌 상태시라면 뒤로 가주시고........
남자 미코테예요. 아마 외형 묘사는 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음 잘 모르겠어요 괜찮..괜찮나?...
사실 자캐 설정이 조금씩 바뀌어서 동일인물인지도 모르겠군요 ^^) 후후후후후후.....
난 사랑을 바라지 않았어
내겐 자격조차 없었고
내게 주어진 건 없었으니
[아메엔파] 우산
깜빡.
"...그건 내 이름이에요."
"네?"
"아인체이스는 여신께서 내게 내리신 이름이라고요."
"여신의 축복을 받은 게 너뿐이라고 생각해요?"
그건 축복같은 게 아니었다. 당연한 것이었다. 일종의 세례와도 같은, 명령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그를 그렇게나 가볍게 칭한다. 미간이 일그러졌다. 그는 그러든 말든 웃고만 있었다. 무어가 그의 입꼬리를 잡아당기지? 나는 잘 모른다. 알고 싶지도 않았다.
"내 이름도 아인체이스예요. 네 이름이 아인체이스인 것처럼."
"하고 싶은 말을 하세요."
그러자 그는 뚝 그쳤다. 그는 얼굴에서 웃음을 들어내고 날 마주한다. 그의 눈이 흐리게 빛나는 걸 보고만 있었다. 관찰의 대상이 되는 일은 썩 유쾌하지않다.
"왜 날 싫어해요?"
"싫어하는 것 같나요?"
"질색하고 있잖아요."
그는 언제 얼굴을 굳혔냐는 듯 다시 웃는다. 조용히 번지는 미소가 불편했다. 그렇게 싫어할 필요 없어요. 이것도 결국 여신의 뜻이라고 생각해요. 웃음이 나올 일은 없었다. 목소리가 들뜨는 일도 없었다. 생각보다 훨씬 광택이 줄어든 목소리가 새었다.
"지금 이 상황의 어디에 여신의 의지가 개입되어 있겠어요."
"화내지 말아요. 쉽게 생각해요."
우린 서로의 대체재잖아요. 그는 능청스레 그런 말을 했다.
나는 그의 말에 동의했는가, 아니. 아니었다. 여신께서 날 사라지게 할 리 없었다. 날 대신할 어떤 것이 있을 수도, 그럴 필요도 없었다. 내가 지닌 사명은 세계를 유지하기 위해 달성되어야만 하는 것이었다. 아인체이스, 아인. 그는 나와 같은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내 근원을 알았고 내 존재 의의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저도 그렇다고 했다. 그가 지닌 힘은 분명 여신의 축복이었다. 일어날 수 있는 일인가? 아니어야 했다.
... 여신께서 실수를 하실 수 있는가. 그럴 수 있었다. 몇 백년간 홀로 물질계를 다스리셨던가, 그럴 수도 있는 일이었다. 한숨은 삼켰다. 엘수색대를 떠나더라도 엘소드는 여전히 지켜봐야 할 사람이었다. 갑자기 떠나면 그 잔정이 많은 몇몇은 내 이야기를 할 게 뻔했고. 그는 내 대신 그 자리에 있겠다고 말한다. 나쁠 일은 전혀 없었다.
나는 원래 잘 수 없었다. 무언가를 먹을 필요도 없었다. 때문에 나는 언제나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고, 그들이 먹어보라 권하는 건 전부 웃으며 손을 젓곤 했다. 그건 그도 마찬가지였던 모양이다. 수색대가 전부 잠든 밤, 며칠에 한 번, 몇 주에 한 번. 나는 그에게로 갔다. 엘소드의 상태, 엘로 향하는 단서 등을 공유했다. 그는 만날 적마다 늘 웃고 있었다. 문득 물었다.
"즐거워요?"
"응?"
"넌 항상 웃고 있더군요."
내가 그들 앞에서 짓던 가짜 웃음이 아니라, 정말로 즐거워서 웃는 사람처럼. 덧붙인다. 그는 눈을 굴리다간 푸흐흐 웃음소릴 흘렸다.
"그러게요. 나는 늘 기분이 좋아요."
너도 좀 웃어보지 그래요? 웃으면 복이 온대요, 이렇게ㅡ... ...와, 안 어울리네요, 정말로!
그는 내 입꼬리에 제 검지를 대보더니 쭉 끌어올렸다. 그러다간 혼자 웃음을 터뜨렸다. 썩 언짢은 기분이었으나 달리 말을 꺼내진 않았다. 그는 그렇게 잠시 고개를 숙인 채 끄르륵 웃다간 그대로 목을 젖혔다.
"생각하기 나름이죠. 즐거움을 가장해 웃는 경우도 꽤 많아요."
"그런 번거로운 짓을 왜 하죠?"
"아하하하, 그러게요!"
그는 그렇게 천진하게 웃었다.
그는 사명을 포기한 건 아니었다. 엄연히, 따지자면, 우리의 사명은 엘 수색대와의 동행이 필수적임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엘소드가 있으면 일이 잘 풀리라고 말할 수는 있었다. 그의 존재는 엘의 복구에 분명히 도움을 줄 수 있었다. 그러나 반드시 그래야 하는 건 아니었다. 그는 결국엔 인간이었다. 인간 속에 섞여 지내야하는 인간이었다. 그들과 있으면 인간과의 접촉이 잦아질 수 밖에 없었다. 나는 그게 싫었을 뿐이다. 그는 뭐가 좋다고 인간의 곁에 남기를 바랐는지 나는 아직 잘 몰랐다.
그와 나는 같았으나 달랐다. 무엇이 그를 그렇게 만들었는지 나는 알고자 하지도 않았다. 알 필요도 없다고 여겼다. 그는, 나는 결국엔 도구였다. 언젠가 여신에게 거두어져 사라지는. 우리의 감정은 일시적이었고 소모적인 것이었다. 따라, 가치가 없었다. 그러나 그는 그게 아니었던 모양이지. 내가 버린 것을 그는 껴안고 있었다. 나는 그가 어리석다고 생각했는데.
퍽, 무언가 터져나갔다. 그의 곁에 있다보면 종종 겪는 일이었다. 파편에 옷자락이, 살갗이 쓸려나갔다. 그는 그저 난감한 듯 웃었다.
"미안하게 됐네요. 괜찮아요?"
"미안한 눈치가 아닌데요."
"하하, 들켰나요?"
그는 웃는다. 나는 그를 잘 몰랐다. 그러니, 그가 내뱉는 말이 진심인지도 가를 수 없었다. 애초에 내게, 그에게, 감정이랄 게 생길 리가 없었지만, 그는 나와 달랐으니까.
크게 상관이 있는 일은 아니었다. 그는, 나는, 그의 말마따나, 서로의 대체품이었다. 만에 하나 있을지 모르는 일에 대비하는 것 뿐이었다.
타닥, 탁 장작이 타는 소리가 고요했다. 붉게 물든 벽은 검었고 낭비를 달가워하지 않는 커르다스답게 아무것도 깔리지 않은 바닥 역시 마찬가지였다. 모험가는, 그렇게 마찬가지로 검은 의자 위에 담요 하나를 칭칭 감은 채 쪼그려 앉아 있었다. 온 대륙을 헤치고 다닌 모험가는 모든 기후에 무뎠다. 그래서 그가 유독 긴 옷을 고집함이 추위를 많이 타는 탓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저 습관일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모험가는 어째서인지 옷도 스스로 지어 입었기에. 모험가의 눈은 일렁이는 불꽃을 쫓고 있었다. 뛰어오르는 불씨를 노려보던 그는 초점을 옮겨 너머의 남성을 가만히 바라봤다. 어느 순간, 남성은 사각이길 멈췄다. 적막이 내려앉은 실내에서 남성은, 큰 목소리를 내지는 않았다.
"왜 그러는가, 벗이여?"
적당한 속삭임에 모험가의 귀가 쫑긋했다. 그냥. 모험가는 웅얼거리며 괜히 담요를 더 싸맸다.
"안 피곤해?"
"음?"
"넌 쉬지도 않고 거기에 앉아 있는 것 같아."
남성은 웃음을 터뜨렸다. 단발적인 웃음소리는 금세 가라앉는다. 그 창백한 얼굴에는 여전히 웃음기가 화했다.
"피곤하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 그러나 이건 내가 해야하는 일이니."
"꼭 네가 해야만 하는 거야?"
"반드시는 아니지만, 마땅할 일일세."
모험가는 갸우뚱거렸으나 달리 말을 달지는 않았다. 남성은 다시 펜을 쥐었다. 사각이는 소리가 그의 귀에 익숙해질 즈음엔 남성의 입매도 다시 굳게 다물렸다. 아주 옅은 바람소리가 잡음같았다.
언제부턴가 모험가는 조용히 눈을 감고 있었다. 문득 눈을 든 남성은 모험가의 어깨가 규칙적으로 오르내리고 있음을 깨달았다. 남성은 조용히 펜을 내려놓고, 조용히 일어났다. 남성은 장화가, 갑주가 절걱이지 않도록, 마루가 뒤틀며 신음하지 않도록 최대한 조심스레 걸었다. 곧 남성은 모험가의 곁에 섰다. 모험가는 불편할 법한 자세로 눈을 감고 있었다. 남성은 손을 뻗어 그의 머리카락을 아주 조금씩 쓸었다. 모험가는 깜빡거리며 눈꺼풀을 걷어냈다.
"아니면, 먼저 들어가도 돼."
그러면 모험가는 제 손으로 입을 막으면서도 고개를 숙였다. 숨을 작게 마시는 소리가 났다. 그는 도리질을 쳤다. 남성은 잠시 앉아 모험가와 눈을 맞췄다.
"왜 그렇게 내 곁을 지키려는 거지? 그러는 너도 꽤 피곤해보이는데."
모험가는 제 손등을 슬쩍 꼬집었다. 조금 인상을 찡그린 그는 곧 중얼거리듯 말했다. 너랑 같이 들어갈까 싶어서. 잠이 덜 깬듯 말이 툭툭 끊어졌다. 남성은 문득 눈을 몇 번인가 깜빡였다. 오른쪽 아래부터 왼쪽 아래까지, 낮고 빠르게 선을 긋던 검은 눈이 도로 들렸다. 그제까지도 모험가는 제 귀 뒤를 긁으며 애써 잠을 쫓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혼자여도 돼. 늘 이랬고."
그러자 모험가는 느리게 눈을 깜빡였다. 으음. 자그맣게 앓는 소리가 났다. 그냥... 내 욕심이야. 네가 부담스러우면 그냥 들어갈게. 웅얼거리는 소리는 자칫 닿지 않을 뻔 했으나, 남성은 엘레젠이었다. 고작해야 옅은 바람과 불의 울음 속에서 말소리를 듣지 못할 수는 없었다. 남성은 잠시 눈을 크게 떴다. 우물거리던 입이 다시 둥근 곡선을 그렸다.
"네가 그렇게 하고 싶다면야 말리지 않아. 그치만, 정말 피곤하면 차라리 제대로 된 잠자리에서 휴식을 취하는 게 좋아. 그래야 내일도 네가 충분히 활력있는 하루를 보낼 수 있을 테니까!"
모험가가 다시 본 남성은 늘 그랬듯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모험가는 픽 웃으며 담요를 매만졌다.
"결국엔 그냥 내가 건강한 게 보고싶은 거지, 기사님은."
"너는 언제나 건강한 모습이었어! 아니, 설마 이제까지의 네 모습보다 더 탄탄한 육체를 보여줄 수도 있는 건가!?"
"으응, 안타깝지만 난 날 잘 몰라서."
모험가는 남성이 묘하게 풀이 죽는 걸 보고만 있었다. 됐으니까 일이나 마저 하세요, 난 내일도 아무 일 없을 테니까 훈련이라도 같이 해. 모험가는 옅게 웃으며 모닥불에 장작을 하나 더 던져넣었다. 남성은 금방 다시 화하게도 웃었다. 모험가가 후회하는 건 약 반나절이 지난 후였다.
욱신거렸다. 갸우뚱 한 번. 다시 너를 봤다. 아무 것도 없었다. 갸우뚱 두 번. 기분탓이라고 여겼다. 그저 테이블에 앉아 코랑티오와 얘기를 나누는 네 모습이, 언제, 여느 때와 다를 게 있느냐고. 없었다고. 그저, 아까 에이비스에게 긁힌 가슴팍이 생각보다 깊었노라고. 총총 방으로 들어가 확인해보니 역시 핏물이 고름과 함께 붕대에 묻어나오고 있던 차라, 으, 혼자 눈을 찌푸리며 구급상자를 찾았다. 그게 끝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아니었다.
나는 네가 진실로 놀라면 소리조차 내지 못하는 성격의 사람임을 처음 알았다. 마침 싸늘하게 불어온 바람이 창상을 헤집고 지났다. 입술을 짓이겼다. 줄줄 흐르는 핏물이 흰 눈밭을 벌겋게 물들였다. 너는 급하게 내 곁에 주저앉았다. 네게 애써 괜찮다고 말하며 덜덜 떨리는 손을 움직였다. 바지를 죽 길게도 찢는다. 어느 정도가 괜찮더라... 포션이라도 좀 들고 올 걸 그랬다. 결국 거의 무릎이 드러날 정도로 찢어낸 천조각을 어떻게든 감았다. 문득 네 얼굴을 다시 봤다.
너는, 정말이지,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표정으로 내 손을, 아니, 내 상처 언저리를 보고 있었다. 내가 이제까지 본 얼굴 중 손에 꼽힐 정도로 절망적인 눈이었다. 바람에 나는 할 말조차 잃었다.
나는 다시 할 수 있어.
그러자 너는 움찔한다.
이 정도 상처는 괜찮으니까.
내가,
네 목소리에 물기가 서려 있었다. 너는 당장에라도 울 것 같았다. 대련은 글렀군.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창은 전투용 무기였다. 잘 알고 있었다. 그래도 유사시에는 지팡이가 될 수도 있지. 창을 짚고 섰다.
사실 그건 네 잘못이 아니었다. 따지자면 내 잘못이다. 대련도 일종의 전투였다. 그럼에도 문득 네 환한 얼굴에, 네 생기넘치는 모습에, 네 희열로, 순간이라도 넋이 나간 건 내 실수고, 그렇게 한쪽 팔부터 반대쪽 어깨까지 선이 그여버린 건 내 탓이었다. 그러니 네가 그렇게 미안할 필요는 없었다. 정말로.
서늘하다. 사실 서부고지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커르다스니만큼, 용머리 전진기지는 꽤 추운 축에 속했다. 뼈가 시릴 정도로.
"오르슈팡."
"왜 그러는가?"
네 손이 멎었다.
어?
잠깐, 잠깐만.
눈앞에서 아이트가 터져나갔다. 검은, 액체가, 사방으로 튄다. 아, 잠깐만. 이건 아닌데. 너는 그럼에도 아무렇지 않게 검은 창을 다시 꺼낸다. 일그러지는, 구역감이 치밀어오르는, 그 곳으로부터. 주머니를 뒤졌다, 어차피 아이트가 있으니 포션을 쓰리라곤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 탓에 남은 게 없었다. 너는 느리게 돌아 날 마주했다. 벌어진 상처에서 검정이 뚝뚝 흘렀고 까맣게 물든 뼈가 선명했다. 네가 하는 말은 늘 짧았다. 괜찮은가. 속삭임이 낯설었다. 아니, 안 괜찮아요. 네 팔을 붙잡아도 너는 눈썹 하나 까딱이지 않는다. 손가락을 타고 벌레 수십마리가 기는 착각이 일었다. 네게 포션을 내밀었다. 너는 내 얼굴과 약병을 잠시 번갈아보다간 손을 뻗었다.
네 몸을 만진다는 건 역시 언제고 거북했다. 너는 그걸 알면서도 내 앞을 막았을까. 모르는 일이다. 네 몸은 다른 인간과, 나와 달라서 치료가 까다로웠다. 잘린 신경을, 힘줄을 하나하나 다시 손으로 엮고 만에 하나,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들고 다니던 약을 쏟아넣었다. 그래도 넌 입가도 움직이지 않는다. 그저 고요했다. 겨우 봉합을 끝내고 새어나온 검은 물과 약을 닦아냈다. 너는 천천히 바닥을 짚으며 일어났다. 네 입이 잠시 움직였지만 도로 닫혔다.
아니, 나는 단 한 번도 네게 거짓이었던 적이 없다. 네겐 언제나 진실했다고, 나는 할로네께 감히 맹세한다. 그러니, 그렇기에, 나는 처음으로 네게 거짓을 고한다. 네 얼굴이 변하는 걸 볼 수 없어 부러 고개를 돌렸다.
... 그와 며칠 함께 지내며 깨달은 건, 그가 생각보다 음식을 짜게 먹는다는 것이었다.
그가 어디서 왔다고 했지? 동방이겠지. 동방의 어디? 그건 알 수 없었다. 동방은 따뜻한 곳이었을까. 그가 하는 음식은 대개 맵고 짜고... 여느날부터는 그가 이미 눈치를 채고 제 것과 내 것을 따로 했다. 그는 요리에 자신이 없는 것 같았다, 실제로 할 수 있는 건 굽는 게 전부였고... 그나마도 그의 취향인지 아주 바싹이었다. 육즙을 남기고 자시고도 없이 바짝 말리듯 오래 구웠다.
나는 네 증오도 어떻게든 해주고 싶어.
너는 그렇게 웃는다. 뭐가 좋다고. 네가 내 무엇을 알지? 무엇을 알기에 그렇게 말할 수 있지. 애초에 내게 너는 소름이 끼치도록 불길한 존재다. 네가 곁에 숨쉬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나는 구역감이 치밀어 오르는데, 너는 아무렇지도 않은지 웃었다. 누가 머릿속에서 뛰어다니는 것 같다, 지나친 불쾌감은 때로 숨을 멎게 만든다. 네 손을 지나친다.
"아, 야, 멘마!"
수리검을 네 목에 겨눈다. 그래도 너는 눈만 한 번 깜짝일 뿐 크게 움직이지도 않았다. 네 목에 날을 대고 천천히 눌렀다. 붉은색.
"내 이름을 부르지 마."
"그럼 무시할 거잖아."
"친한 척 굴지 마, 알았어?"
부러 선을 긋는다. 너는 같잖은 소리를 한 번 내뱉더니 목을 움켜쥐었다. 얕을텐데 엄살은. 쯧, 혀를 차는 건 무의식의 일이다. 나는 다시 너를 지나친다.
*
너는 또 멀뚱히 서 있다. 아, 젠장. 눈이 마주쳤다. 너는 또 웃는다. 입이 아프지도 않지. 고개를 돌리곤 지도를 잡아들었다. 비 마을에 안 갔던가. 두루마리를 뒤적인다. 그 와중에도 너는 곁에서 기웃거리며 무어라 쫑알거린다.
무어가 문제지? 허리춤에서 수리검을 낚아채 네 가슴에 꽂는다. 네 표정은 늘 가관이었다. 손목을 조금 틀면 연기가 피어오른다. 고개를 젖히면 천장에 발을 붙이고 쪼그려앉은 네가 있었다. 나는 방금 너를 죽였는데. 너는 또 웃는다. 그림자 분신이 겪은 것은 본체에게 그대로 전달된다고 하지 않았나. 너는 널 죽인 상대에게도 웃는다. 검정이 목 안에서 부글부글 끓었다.
코트를 집어 둘렀다. 다시 책상을 보는데 지도가 없었다. 대신 어느 샌가 바닥으로 내려온 네 손 아래로 종이조각이 날리고 있을 뿐이었다. 헛웃음이 샜다. 그러니 너는 아무렇지도 않게 다가오더니 문 앞에 선다.
"또 갈 거지. 가지 마."
"내가 지도 하나 없다고 길을 못 찾을 것 같아?"
"쿠이나는 바보야?"
이 머저리가 갑자기 머리가 돌았나 했다. 카와세미는 어지럽지도 않은지 그렇게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입꼬리가 괴상하게 올라가는 것 같았다. 고개가 기운다. 뭐?
"쿠이나는 바보지?"
"왜 확신형으로 바뀌냐. 패버린다."
"쿠이나는 바보다."
일어선다. 사슬이 요동치는 소리가 났다. 거꾸로 뒤집힌 몸의 명치 근처를 한 번 쳤다. 툭과 퍽의 경계. 마른 기침소리가 나더니 몸이 쉽게도 돈다. 그 언저리를 꽉 누르던 카와세미는 내게 고개를 팩 돌렸다. 퍽이나 화가 난 것 같다.
"아파!"
"그렇게 세게 치지도 않았어."
"그래도 명치란 말이야."
"그것도 감안해서."
한쪽 볼을 부풀린다. 귀엽지도 않고 봐줄만하지도 않다. 그래도 어렸을 땐 나름 귀여운 축에 속했던 것도 같은데, 다 어릴 때의 얘기다. 피시식 싱거운 소리를 내며 표정이 돌아온다. 금방 다시 샐쭉 웃는다. 뭐가 좋다고.
[카와쿠이] 아가미
까맣다. 저녁시간 중반 즈음의 일학년 교실은 대개 그렇다. 복도의 등만이 부산스러운 교실을 비추고 있었다. 언뜻 아무도 없는 듯 보이는 교실 안에 문득 인영이 하나 누워있었다. 그리고 그건 십중팔구 카와세미다. 문을 조용히 밀어연다.
까치발을 들어도 마루의 삐걱이는 부분은 삐걱거린다. 그래도 일어나지는 않았다. 그대로 다가가 선다. 어깨가 오르내리지 않았다.
"깼으면 일어나라."
응… 카와세미는 애매한 소리를 내며 몸을 일으켰다. 눈이 마주친다. 배시시 웃는다. 종종 저 뺨을 꼬집어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들켰어? 아직도 잠이 덜 깼나. 목소리에 잠이 묻어 있었다. 여즉 끔뻑이는 눈을 엄지로 몇 번인가 쓸었다. 카와세미가 평소에 남의 앞에서도 잘 웃던가? 글쎄. 모르는 일이다.
"오늘 급식 뭔지 아냐."
"으응, 아니."
"부정은 한 번만 해도 돼."
늦여름의 비는 차다. 젖은 머리카락을 타고 흐르는 빗물에 몸이 흠칫거렸다. 이따금 손가락이 움찔거렸다. 그대로 주저앉는다. 철퍽, 무거운 옷이 바닥에 닿는 소리가 요란했다. 괜찮을테다.
나는 괜찮았다.
발 밑에서 모래가 서벅이며 씹혔다. 어디선가 빠득빠득하는 소리가 났다. 네가 생각났다, 나는 너를 사랑하면 사랑했다. 정말로, 내 모든 것을 걸어 네게 말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도 너는 나를 믿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나는 네게 진실을 고했던가? 거짓만을 말한 것은 아니었던가. 모르는, 일이다. 너와 이야길 나눈 적도, 너와 처음 만난 날도, 그렇게나 아득할 수가 없었다. 너는 언제부터 나를 기피했지... 모르는, 일이다.
처음이었다.
너는 그저 거기에 서 있었을 따름이다. 벚꽃이었다, 한창 탐스럽게도 열려 벚꽃잎을 뚝뚝 떨어뜨릴 정도로. 너는 그저 그 아래에 서 있었다. 흰 가로등에 비치는 네 얼굴이, 네 머리 위에, 어깨에 한 떨기 묻은 벚꽃잎이, 그렇게나 가슴을 깊게 찌르고 지났다. 나는 네게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시선이 많이도 열렬했는지 문득 네가 나를 향해 돈다. 너는 환하게도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네 미소가, 그렇게나, 눈이 부셔서,
나는.
*
"멘마아!"
이제 아이들이 시선을 돌리지도 않는다. 으레 있는 일이어서다. 고작해야, 야 나루토, 시끄러워! 시카마루가 신경질적으로 외치는 정도다. 물론 너는 헤헤 웃고 말 뿐이었다. 부스스 일어나 스적거리며 문으로 다가갔다.
"이제 그냥 안으로 들어오지."
"벌점 먹는다니깐."
말을 삼킨다. 그래, 네게는 1점도 꽤 무거울테다. 지각을 밥 먹듯이 하니까. 네 낯빛을 삼킨다. 조바심이 나는 사람의 눈이다. 몇 시지. 시계를 들여다보면 쉬는시간이 6분 남은 참이었다. 교과서면 급할 이유가 없다. 대충 짐작이 간다.
"체육복 또 안 들고 왔냐."
"헤헤, 미안."
한숨은 삼킬 필요가 없다. 잠깐 밖에서 기다려. 그렇게 일러놓고는 나가는 걸 확인하지도 않는다. 사물함에 다가가 연다. 종이가방은 부피만 더럽게 크고 무겁지는 않다. 복도에 나와 네게 떠안듯 넘겨준다. 너는 다시 웃는다.
"매번 너한테만 와서 미안. 진짜 고맙다."
"말만."
"진짜라니까!"
너는 웃다가도 금방 울상이 되곤 한다. 네 이마를 툭 쳤다. 됐으니까 빨리 가라, 늦는다. 손을 뒤집어 네게 시계를 보여줬다. 나중에 진짜 뭐 사줄게! 너는 네가 그 말만 다섯 번도 넘게 하고 있는 걸 알고는 있나. 상관 없었다. 너와 네가 이상하리만치 닮았고, 그에 따라 이상할 정도로 체격이 같은 것도 알고 있었다. 네가 체육복을 안 들고왔다기 보다는, 아직 사지 않았다가 옳은 말임을 알았다. 알면서도 모른 체를 했다. 나는 네가 생각보다 의젓한 사람임을 알았다. 그래서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너는 그렇게 체육복을 내게 빌리고 나서는 적어도 일 교시는 버텨야 내게 돌려주러 왔다. 까먹었다가, 옷에 적힌 내 이름을 보고 급하게 갈아입어선 내게 들려주러 온다고 했다. 거의 반년도 넘게 내 것을 입고 있는 주제에, 어떻게 매번 잊지. 그건 궁금했으나 굳이 묻지는 않았다.
너는 활발히 움직이는 편인가보지. 한 주가 끝나고 나서는 꼭 체육복을 들고 집에 와야 했다. 여름에는 이틀에 한 번이어야 할 정도였다. 체육복에서 네 체향이 났다. 그게 견딜 수가 없어 나는 꼭 체육복을 빨아야 했다. 움직일 때마다, 옷의 결에서 스치는 향에 이따금 아찔했다. 수치스러워 견딜 수가 없었다.
문득 네 생각이 인다. 희끗거리던 너는 어느 샌가 내 곁에 선다. 흐리멍덩한 생각들이 가로지른다. 너는 그렇게나 자주 떠오른다. 문득문득 토기가 치밀었다. 나는, 네 생각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네가 떠오르는 건 불분명한 순간들이었다. 너는 때로, 아니, 자주... 내 머리 위를 맴돌았다. 나는 너를 보고 싶지 않았다, 아니, 정말로 그랬던가. 나는 의식적으로 무의식을 기피했다. 눈을 돌리는 순간들에 너는 항상 서 있었다. 웃고 있었다. 뭐가 즐거우냐고 물을 수도 없었다. 너는 그저 너인 채 있을 뿐이었다.
너는 종종 거기에 서 있었다. 생각해보면 너는 거의 늘 팔을 얽어 끼고 있멌는데, 어느 순간부터인지 그러길 그만두었다. 왜? 글쎄, 난들 아나. 큰 의미가 있지도 않을 테다. 아무 생각 없이 홀로 그렇게 단정지었다.
너는 사실 서 있다기보단 기대 있었다. 교실에서는 의자에 기대 있었고 복도에서는 벽에 기대어 있었다. 체육시간에는, 다들 뛰어노는데 너 홀로 벽에 등을 붙이고 서 있었다. 나는 이따금 너와 눈이 마주치기도 했던 것 같다. 야아, 가아라아! 우렁차게 외치면 너는 반응도 없었다. 내 친구들은 어쩌면 너를 어려워했던 것 같다. 너는 드물게 성적이 좋았고 드물게 인상이 나빴다. 그렇지만 나는 네가 성격이 뒤틀려있거나, 하지는 않은 걸 알았다. 너는 단지 표현에 서툴 뿐이었다고.
네 눈은 광택이 없었다. 여느 16세 남학생들의 그 눈이 아닌 것 같았다. 메마르고, 갈라지는, 잃은, 어떤 것. 나는 기분탓이라고 생각했다. 기분탓이 아니었음을 진작 눈치챘으면 좀 달라졌을까. 모르는 일이다.
너는 생각만큼 체력이 안 좋았다. 다만 볕에는 익숙한 것 같았다. 체육대회 날마다 쓰러지는 사람이 전교에 한 명씩은 있었는데 매년 너는 멀쩡했다. 가아라, 안 더워? 별로. 너는 건조하게 대답했다. 다른 아이들은 축축한 땀을 겨우 손으로 훔치는데 너는 그저 앉아 있었다.
다만 추위에는, 좀 약했던가. 익숙해짐은 무섭다. 너는 쉽게도 피부가 달아올랐다. 조금 사늘해지고, 쌀쌀해지고, 교내에 춘추복을 입는 게 당연해지고, 슬슬 겉옷을 입어야 겠다고 생각할 시기의 저녁에 너는 뺨이 붉었다. 창백한 뺨에 혈색이 돌면 오히려 더 안색이 안 좋아 보이는구나, 나는 그런 널 처음 보고는 그런, 시시한 생각을 했더랬다.
그러면서도 너는 늘, 겉옷을 입지 않았다. 추운 재킷. 정말 그게 끝이었다. 모자, 목도리, 하다못해 장갑이라도. 없었다.
넌 안 추워? 보는 내가 다 춥다니깐. 조그맣게 종알거리면 너는, 추워, 짧게 대답했다. 겉옷은 안 입어? 답답해서. 너는 명료하게도 말한다. 두르고 있던 목도리를 풀면 찬 기운이 단숨에 목덜미에 스몄다. 네 목에 두른다.
한번 둘러 봐. 나는 네 말을 듣지도 않았다. 네가 조금 뜬 눈으로 날 보고 있었던 것 같은데. 그때 내 목도리 색이 어땠더라... 하여튼,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이질적이었다. 웃음이 터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미안미안, 어때, 따뜻해? 물으면 너는, 응, 하고, 내 목도리에 코를 묻으며 답했던가.
나는 너를 사랑했던 것도 같은데
*
들리지 않았다. 당신의 말은 거의 늘 그랬다. 당신 덕에 나는 눈을 찡그리는 버릇을 고쳤다. 너는 때로, 자주, 움츠러들었다. 아니에요. 아니긴 뭐가 아니었단 말야. 나는 그러나 굳이 묻지는 않았다. 그러면 당신은 더 주눅들고는 해서, 결국 나는 당신의 어깨를 붙잡을 수밖에 없었다.
된다면 당신을 지나쳤을테다. 그럴 수 없어서 문제였지.
저기.
고요함. 오히려 목소리가 울릴 정도였다. 밀폐된 공간에서 소리가 울리던가. 떠오르지 않는다. 팔이 달싹였다. 묶여있나. 다리는, 괜찮은 것 같은데. 비척이며 일어나 앉는다. 옅게, 아주 옅게 숨소리가 들린다. 인기척은 있었다. 온몸을 기어다니는 시선이 불쾌했다. 잠자코 말을, 행동을 기다렸다. 오늘, 맞아, 그러고보니 오늘은 의뢰가 있었는데.
그러면 너는 토끼눈으로 날 보곤 했다. 치솟았던 네 귀가 금방 가라앉는다. 네 표정이 일그러지는 걸 보고만 있었다. 다시 말해봐. 네 호박색 눈이 그런 말을 한 것도 같고. 기분탓. 그래, 어쩌면 기분탓이다.
"난 한동안 없는 사람으로 치라고."
"...내가 알면 안 돼?"
"뭘."
"당신이 사라지는 이유."
말을 참. 너는 날 곧 죽을 사람처럼 대하곤 했다. 하기야 네게 나는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사람이겠으나. 너는 정확히 하자면 날 보지는 않는다. 내 손 언저리에 네 시선이 있었다. 나는 네 발끝에서, 시선의 미세한 진동으로부터 네 초조함을 읽었다.
"난 안 죽어."
"다들 그렇게 말해."
"아, 정말로 난 안 죽는다고."
"내가 아는 기사는 다 죽었어."
그래서, 나는 말을 삼킨다. 네게 그건 일종의 족쇄였을테니까.
떨어지는 소리를 들었다, 나는 아주, 아주 이상한 시간을 보았다
*
골이 갈라질 것 같았다. 그가 있는 곳은 언제나 불규칙했다. 언젠가는 모든 것을 태울 듯 뜨겁기도 했고, 비쩍 말라 뼛가루가 떨어질 것 같기도 했다. 이번에는, 그는 실내에서 눈을 내리게 하는 방법이라도 연구하는 걸까. 해골에게서 흰 숨이 핀다니, 허. 헛웃음.
그가 있을 방의 문은 늘 회색이었다. 회색이고, 언제나 굳게 닫혀 있다. 괜히 심호흡을 했다. 손기척. 금방 문고리가 도는 소리가 들렸다. 검은, 신경질적인 눈과 마주한다. 찌푸린 얼굴이 아주 조금 펴진다. 그의 손이 오른다.
오, 샌즈.
무슨 일이지?
그런 문장이 둥실둥실 떠다닌다. 무심코 웃음이 나왔다. 가스터, 당신이 날 불렀잖아요. 그러면 그의 손이 멈춘다, 그는 잠시 그 얼굴을 찡그린다. 무언가 알아차린 괴물처럼 눈썹 한 쪽이 기우는 걸 보고 있었다.
아. 그랬지.
그랬어.
들어와, 샌즈.
문 닫는 거 잊지 말고.
그는 돌아서서 성큼 걸었다. 구멍이 난 손이 그리는 말을 지켜보고 있었다, 아니, 당신의 손에 구멍이 있던가? 아니, 착각인가? 그러나 곧 생각을 머리에서 지워냈다.
"그으으래서, 왜 날 불렀어요? 나는 골이 울리도록 바쁘다구요."
네게 부탁할 게 있어서 불렀어.
"안 웃네요. 나름 회심의 공격이었는데."
오, 너만큼 나도 바빠서 말이지.
와 어떻게 이렇게 중구난방할 수가..... 잡덕인 거 티내고 있네요 신난다 정말...
그래서, 나는 애꿎은 창의 날만 만지작거릴 뿐이었다. 그들이 하는 걱정은 사실 내게 향하고 있는 게 아니었다. 그들이 하는 걱정은, 빛의 전사의 실종에 관한 것이었지, 나를 잃음에 향해있는 게 아니었다. 그렇기에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미안해. 그저 그 한 마디만 할 일이었다. 구구절절 말을 늘어놓을 재간도 없었고, 한다고 그들이 제대로 들어주리라는 보장도 없었다. 내가 사라지지 않고 무사히, 돌아왔으니 결국에는 아무 일도 없던 셈이니 그들과의 얘기는 어물어물 끝났다. 뒷맛이 영 찜찜했지만 이제 그들도 어느 정도 익숙해졌을 테다. 나는 언제 사라져도 이상하지 않은 사람이다.
드물게 눈이 내리지 않은 날이었다. 그렇더라도 커르다스는 여전히 혹한의 지대여서, 숨이 희게 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추워. 입속말로 굳이 꿍얼거리곤 문 앞에 섰다. 사실, 나는 그들과의 언쟁에는 익숙해져 있었다. 문제는 당신이었지.
당신이 드물게 나를 나로서 봐주는 사람임을 안다. 당신에게 내가 얼마나 중요한 사람인지는 모르지만. 커르다스가 사계 내내 시린 곳이 되었어도 고작 5년이었다, 그러나 이 지방 건물들은 한결같이 벽이 두꺼웠다. 보온의 차원에서였다. 이 용머리 전진기지도 지어진지 꽤 되었을 테고. 그러니, 늘 언제나 같은 두께를 유지하고 있을 문이 오늘따라 무거워보였다. 숨을 삼킨다. 문을 열었다, 힘을 빼고, 천천히. 쇳소리는 나지 않았다.
희미하게, 사각이는 소리가 들리다가 멈춘 것 같다. 주춤주춤 발을 디뎠다. 늘 그랬듯 코랑티오가 있었고, 몇몇 병사들이 있었고… 그리고.
음, 역시 아니야, 도망치자. 얼굴은 비췄어. 괜찮아.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손을 당겨 문을 도로 닫는다. 이제 어디로 가지? 잠깐만, 쿵하는 소리가 들렸다. 빨리. 아니, 일단 숨을까? 그래, 숨자. 굳이 돌아서면 발소리가 요란했다. 벽 뒤로 숨자마자 문을 부술 것 마냥 세게 미는 소리가 들렸다. 저도 모르게 어깨가 움츠러든다. 음, 이제 어디로 가지. 아, 오랜만에 집에 갈까. 그래, 그러자.
내가 간과한 건, 텔레포를 할 때는 주변의 소리를 듣지 못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당신이 오는 소리도 못 들은 것 같고.
툭 끊겼다. 하얗게 변했던 시야가 한 번 검게 돌고 나서야 앞이 보이기 시작한다. 커르다스는 사시사철 눈이 녹지 않는 곳이다. 그러니, 흰색이 보여야 했는데, 사실 보인 건 약간의 푸른 기가 도는 인영이었다. 그러니까, 그건 당신이었다.
"아, 어. 안녕?"
사실 당신이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는 잘 보이지 않았다. 텔레포가 강제로 중단된다는 게 이렇게 피곤할 일인줄은 몰랐으니까. 깜빡깜빡 돌아오지 않는 시야를 붙잡고 당신을 흐릿하게 보고만 있었다. 의외로 당신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붙들린 팔이 괴이쩍도록 아팠다. 부러지진 않겠으나, 부러질까 싶을 정도로.
"오르슈팡? 맞죠?"
그제까지도 시야가 흐렸다. 그래서 나는 굳이 당신의 이름을 불렀다. 당신을 확인했다. 당신은 그게 불안했던 모양이지.
"뭐?"
문득 말이 나오다 멈춘다. 당신의 그 짧은 말에 무언가 묻어 있었다. 의구심, 불안, 그리고 어쩌면 노기도. 팔이 더 세게 죄어진다.
"아, 아니야, 내 눈은 멀쩡해!"
"난 아직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
늘 그렇지. 아. 무심코 내뱉은 말이 어쩌면, 경솔했음을 깨닫는다. 그 말은 진실이었으나 사실이 아니었다. 당장 내 눈이 멀쩡하지 않은 건 맞았으니. 그저, 그건 일시적인 문제였을 따름이었는데.
"벗이여, 난 하고 싶은 말이 아주 많아."
"음, 일단 팔 좀 놔줄래요?"
그러면 조금은 느슨해진다. 다만 당신은 완전히 놓지는 않는다. 나는 여전히 웃고 있다. 당신은 드물게 말이 없었다. 뺨이 차가웠다.
"그래, 네가 꺼리는 것 같으니 그런 말은 묻어두겠어."
"어?"
"하지만 벗이여, 이곳에, 내가 여기에 있는 걸 확인까지 해놓고 바로 떠난다니, 너무 매정하지 않나!"
"어, 응?"
"나는 정말이지, 네 목소리를 잊을 뻔 했어! 네가 찾아와줘서 너무나 기뻐, 그래, 잠시 끊기긴 했지만 이곳에도 네 얘기가 들리곤 했지. 네게 일어났을 일들이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어!"
그러니 잠시 나와 시간을 보내줬으면 하는데, 어때.
그런 말을 당신에게서 듣는다. 당신이 태세를 바꾸는 건 정말 순식간이었다고, 잊고 있었던 것 같다. 얼떨떨한 웃음이 새었다.
"안 불편해?"
적막을 깨고 문득 네가 물었다. 무심코 고개를 들면 네 눈이 날 마주하는 걸 봤다. 네 황색 눈이 잠에 젖은 걸 지켜봤다. 네가 아까보다 아주 조금 더 느슨하게 웅크려 있었다. 너는 잠을 좋아했던가. 그랬던 것 같다. 부러 목소리를 낮춘다.
"뭐가 말이야?"
"그냥, 전부 다."
너는 정신이 희미할 때면 종종 모든 대답을 모호하게 하곤 했다. 그리하여, 나는 조용히 다시 서류에 눈을 돌렸다. 잉크가 서류에 번졌다. 네가 반쯤 수마에게 먹혀 하는 말은 대개 진심이었다. 전부 다. 글쎄. 웃는다.
"피곤하면 차라리 들어가서 푹 쉬는 게 좋아."
"괜찮아."
"네가 지금 푹 쉬어두어야 내일도 생기있는 나날이 될 텐데."
그냥, 괜찮아. 너는 어물어물 그렇게 중얼거린다. 그건 말이라기보단 웅얼거림에 가까웠다. 요를 끌어안은 채 양껏 웅크린 채 잠을 청하는 너는 정말이지 충분히 불편해보였다. 그러나 나는 굳이 다른 말을 붙이지는 않았다. 고요했다, 초가 조용히 일렁였고 이따금 바람이 제 성을 창에 풀고 지났다. 내 펜이 서걱대는 소리, 내가 서류를 뒤적이는 소리만 종종 울렸다. 아주 약간의, 작은 소음.
그래서, 나는 거의 늘 그랬듯 네 행동에 토를 달 것이다. 이번에는 네 그 못마땅한 고갯짓에 열이 찼을 따름이고. 네 가슴팍을 퍽 밀치려다간 겨우 눌러 참는다. 너는 아주 담담하게 네 의뢰 목록을 훑고 있었다. 나는 이게 일상이야. 괜찮아. 너는 그따위 멍청한 말만 지껄이곤 했다.
"응, 맞다, 잠깐만 기다려줄 수 있어?"
"뭐?"
"네게 주고 싶은 게 있었어."
지인한테 맡겨뒀거든. 너는 굳이 웃는다. 지인이래봤자 집사일테다. 집사, 분명 새벽인지 뭔지에 협조하면서 그들과 어울리게 됐다고 했다. 그렇담 그들은 네가 짊어진 무게의 보상인가? 그을쎄. 나는 모르는 일이다. 금방 올게. 너는 금방 사라진다. 내가 대답할 아주 잠시조차 내어주지 않고. 갖고 와서 내가 거절하면 어쩔 셈이지? 네게는 늘 어떤 확신이 있었다. 사소한 일에서. 결국 내가 하는 일은 간이 에테라이트 옆 벤치에 털썩 앉아 멀거니 하늘을 보는 것이었다. 이슈가르드, 커르다스에 자리한 종교도시. 때문에 사철 눈이 내리는, 저 아래 구름안개 거리에서는 종종, 자주, 얼어 죽는 사람도 생기는 곳. 눈은 언제든 시리게 느껴지는 법이다.
문득 시야 옆으로 기척이 새었다. 별 생각 없이 고개를 돌리니 네가 앉아 있었다. 내 곁이 아니라, 옆에. 뭐 하냐. 그냥. 소리없는 대화가 오갔다. 네가 아무렇지 않은 듯 두 손으로 들고 있는 건, 대검이었다. 흘긋 지나가던 사람도 다시 고개를 돌릴, 아주 잘 벼려진 검. 내 시선을 좇던 네가 문득 검을 내게 내밀었다.
"뭐."
"이거. 받아."
"내가? 왜."
"검 바꿀 때 됐잖아."
허. 웃는다. 너는 잘못된 것도 없단 듯이 그렇게 있었다. 너는 유독 헌신적이었다. 내가 비단 네 지인이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너는 생전 처음 보는 사람의 부탁도 잘 거절하지 못했다. 너는 못마땅하게, 그러나 선뜻, 부탁을 들어주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나 아니면 안된다잖아.
네게서 받아든 검은 생각보다 가벼웠다. 분명, 검의 날이 빛나는 정도로 보건대, 코발트가 주 재료였다. 그런데도 다른 검보다는 가볍다. 가볍고, 날이 아주 예리하게 서 있었다. 눈 언저리가 꿈질거렸다. 너. 낮게 부르면 너는 갸웃거린다.
"네가 만들었냐."
"응."
응은 뭐가 응이야. 무심코 터져나오려던 윽박을 겨우 억누른다. 너는 그리도 명료하게, 한 치의 망설임조차 없이 긍정했다. 너는 분명히 실력있는 장인이었다. 에오르제아에서 어렴풋이 소문으로라도 듣는 장인 무리 중 이따금 널 가리키는 말이 나오곤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손에 꼽히는 일류 장인이 만드는 검. 그리고 나는 분명히, 그런 걸 받을 정도의 가치가 없음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너는, 이런 게 벌써 다섯 번은 넘었다는 걸 기억조차 하지 않았다.
"필요 없다고 하면 어쩌려고."
"그래도 받아."
"이런 건, 주점에서도 살 수 있어."
"내 게 더 좋잖아."
"허, 확신하네?"
너는 웃는다. 그래, 그냥 웃었다.
"정 쓰기 꺼림칙하면 내다 팔아도 괜찮아."
그리고, 나는 멈춘다.
"뭐?"
"그 검. 너를 위해 벼렸어. 네 소유가 되었으니 네가 그 검을 어떻게 쓰든 네 맘대로 해도 돼."
"아니, 그딴 문제가 아니잖아."
"뭐하면 아예 부러뜨려도 돼. 여기서."
너는 담담하다. 지나치게 담담했다. 그래서, 나는 그만 말문이 막혔다. 그래, 검은 본디 험하게 다뤄질 수밖에 없는 물건이다. 그런데, 어느 대장장이가 자신이 보는 눈 앞에서 자신의 검이 부러져도 된다고 하지? 그것도 고의로. 속이 아팠다.
"너, 다른 사람들한테도 이래?"
"응?"
"다른 사람들에게도 장비 아무렇게나 퍼다주냐고."
"아니."
"내가 뭔데?"
"암흑기사?"
"아니, 이 멍청아!"
너는 낄낄거린다. 나는 농지거리를 하고 싶은 게 아닌데. 됐으니까 받아, 내가 좋아서 주는 거야. 너는 그런 말을, 벌써 몇 번이나 하고 있는지 알고 있기나 한가? 아니, 모를 테다. 신경질적인 한숨.
"너, 다시 뭐 만들어주면 널 베어버릴 거야."
당신은 나를 싫어했지. 나는 그렇게만 생각했다. 당신이 내게 축복이랍시고 내린 힘이 저주가 되어 내 목을 졸랐다. 당신은 그것조차 모르고 잠들어있겠다. 애초에 당신은 왜 나를 선택했지? 왜 내게 그, 성가시기 짝이 없는 가호를 내리고, 내게 이렇게나 커다란 힘을 내린 거지. 내가 다른 사람과 무엇이 달라서. 나는 그냥 지나치던 일개 모험가였을 따름인데. 뺨이 차가웠다.
눈이 머리에 쌓이는 것 같다. 개의치 않았다. 나는 그저 이렇게 썩어가고 싶었을 따름이다. 커르다스의 눈은 생각만큼이나 시리고ㅡ 생각보다는 따뜻했다. 박제. 아니, 그건 조금 징그러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픈 건 싫은데. 그냥, 나는 내가 죽는지도 모르고 죽고 싶었다. 죽음은 생각만큼 가혹하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이제껏 만나온 죽음은 어쩌면 안식처럼 보일 정도로 따스했다. 단지, 그 빌어처먹을 당신의 힘이 언제나 나를 그 죽음으로부터 건져올릴 뿐이었지. 당신은 내가 내 죽음조차 선택할 수 없게 만들었다.
문득 고개를 든다. 그리고 눈이 마주쳤다.
나는 아무 말도 꺼내지 않았다. 그의 눈은 여전히 푸르렀다. 이 사방이 하얗고 검은 커르다스에서 그렇게나 맑은 파랑은 그의 눈밖에 없었다. 때로 나는 그의 침묵이 두렵고는 했다. 가령 지금처럼. 그의 손이 오른다.
그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그는 그저 내 머리를 톡톡ㅡ툭툭도 아니었다, 정말이지 자는 사람을 어르는 것 마냥 조심스러운 손길로ㅡ 쓸어냈고, 어깨에, 팔에 쌓였던 눈도 같은 방식으로 걷어냈다. 그의 손이 내 손에서 멈췄다. 얼어버린 손으로는 무언가 닿았는지도 느낄 수 없었다.
"벗이여."
분명 나는 응, 이라는 소리라도 내려고 했던 것 같은데.
"아무리 강인한 너라고한들, 이 이상 여기에 있으면 지독한 감기에 걸릴 거야. 커르다스의 밤은 꽤 매서우니까."
그리고 손이 죄인 것 같았다. 나는 그냥, 고개를 끄떡거릴 따름이었다. 한참 굳어있던 관절이 비명을 질렀다. 반사적으로 눈을 찌푸렸다.
-
봄과 밤은 한끗 차이다
이따금 있는 일이었다. 평소처럼 얽은 팔이 유독 덜덜 떨었다. 비죽이 튀어나온 송곳니가 그 창백한 입술이 아예 색이 가시도록 꾹 누르고 있었다. 피나겠다. 나는 그런 느긋한 생각이나 하고 있었다. 말을 놓아도 금방 다시 입술을 씹었다. 버릇이라고 했다. 생각나지 않을 적부터, 그러니까, 어쩌면 그 망할 어머니별의 가호를 받고서 수많은 가책을 느끼기 시작할 즈음부터 생긴 버릇이라고 했다.
그래도 가만히 내버려둘 수가 없었다. 어깨에 손을 얹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몸이 퍼득 뛴다.
"또 괴상한 생각하지."
"어?"
"도대체 뭐가 그렇게 걱정이야?"
손을 거둔다. 멀끄레미 제 어깨 언저리를 보던 시선이 바닥으로 떨어진다.
"난 아무 생각도 안 했어."
그런 시덥잖은 말이 들렸다. 한숨에는 소리가 없을 것. 다시 손을 내어 뺨을 감쌌다. 조금 들어올린다. 엄지로 벌겋게 일어난 입술을 한번 쓸었다. 검은, 붉은 자국들이 여전히 거슬렸다.
"이건 뭔데, 그럼?"
"뭐가?"
"피 났잖아."
그제야 깨달았다는 듯이, 아, 한다.
먼지의 내가 일었다. 그러면 언젠가 꼭 네가 생각났다.
네게는 늘 먼지의 내가 났다. 네 손에서, 네 옷에서, 너는 희미하게, 혹은 짙게. 네게서는 늘 갖은 향이 났다, 짜고 비린 향이 났던 것도 같고 이따금 습한 냉새를 싣고 오기도 했다. 네게서는 가끔 어딘가의 모래가 털려나오기도 했고. 내가 이게 뭐냐며 널 털털 두드리면 너는 그냥 웃었다. 뭐가 그렇게 즐겁지? 나는 잘 몰랐다.
뺨이 시리다. 검의 날이 유독 서늘했다. 거의 사철 내내 눈이 내리는 이슈가르드는, 사실, 낮이든 밤이든 더럽게 춥기는 매한가지였다. 눈이 뻐적거린다.
불쑥 네 머리가 튀어나온다. 너는 멀뚱멀뚱 날 보고만 있다. 너는 늘 그랬다, 늘 먼저 다가오는 사람인 주제에 뭐하냐고 묻지도 않았고, 안녕이라는 인사조차 하지 않았고. 그냥 그렇게 멀뚱히 하는 말을 기다리고만 있다.
나는 너를 어떻게도 여기지 않았다
*
네가 죽은 것 같았다. 네가 말이 없는 일은 꽤 흔했으나 날따라 유독 그랬다. 너는 생각할 거리가 많은 듯했다. 장터 게시판을 훑던 네가 문득 내게 눈을 돌렸다. 그리고는 그냥 고개를 저으며 지났다.
*
너는 늘 그랬던 것 같다.
너는 날 보며 웃었다. 그 흰 볕 속에서 너는 그저 웃고 있었다. 상을 잡지 못하는 내 눈으로는 네 모습을 오롯이 볼 수가 없었다. 너는 그냥 웃고만 있었어.
뭐가 즐거워서 웃지? 나는 네가 웃는 걸 이해할 수도 없었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다.
나는 너를 달갑게 보지는 않아.
나는 내가 혼돈을 절망으로 여긴 순간을 기억한다.
내가 헤매던 나날에 네가 나를 경멸하던 순간 역시 기억한다.
네 기억은 그 시점에 멈춰 있겠지.
내가 헤매던 그 시간을 네가 감당할 수 있겠나.
내 좌절을 네가 견딜 수 있겠어.
*
신이 있다고 생각하나.
네가 소멸의 위기를 겪을 때 그는 무엇을 했지? 네가 정말로 이 세계에 필요한 존재라고 여기나.
나와 함께 가자.
시간은 충분했지. 내게는 네가 필요해.
아니, 그건 네가 선택을 내리는 시간이 아니었어.
유예였다. 네가 그들과 함께하기를 즐기는 모양이었으니까.
네게 선택권은 없어.
나는 네가 그의 곁에 가는 걸 바라지 않아. 나와 함께 가자.
우와 뭐가 이렇게 많아.............. 과제하러 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