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랍
[종형제] 무제
가제 : 그날은
드랍입니다.
덱에 야오가 없을 때 쓰던 거예요. 날조가 많습니다.
한구가 야오에게 해요체를 쓰지 않습니다.
공미포... 육천자 정도네요...... 아마 기승전결의 기는 되나 싶은 내용인데 이게 뭐라고 육천자지
퇴고 대충했습니다. 맞춤법 검사기는 한 번만... 돌렸어요...
사랑했느냐고 물으면 그렇다고 대답할 것이다
마지막 숨이 빠져나가는 순간까지도 곁에 있고 싶었다고 말할 것이다
입안이 따가웠다. 눈을 꾹 감았다. 물결이 발목을 간지럽혔다. 발장구를 쳐보려다가 관뒀다. 발을 뗀 자리에는 금방 새로운 모래가 들어찼다. 발밑에서 하얀 모래가 몸을 뒤척였다. 바다는 좋아했던가. 별생각도 없었지만 어떻냐고 물으면 싫어하는 쪽에 가깝다고 대답하겠다. 파도는 꼭 어린아이 같았다. 뒤로 물러났다가 하얀 거품을 두르곤 무어라 외치며 달려오는 모습을 보고만 있었다. 소금기를 머금은 바람이 머리카락을 쓸고 지났다. 검은 바다 위로 조각난 볕이 떠다녔다. 몇 시간 전만 해도 푸르렀을 하늘은 발갛고 노랗게 물들어 있었다. 시드는 해는 곧이 쳐다볼 수 없었다. 해는 항상 그랬다. 똑바로 쳐다볼 수 없는 것, 억지로 보려 하다가는 시야가 깨지는 것. 내게는 네가 그랬던 것도 같은데. 앞머리가 눈을 찔렀다. 이마에 닿은 손이 여전히 차가웠다. 뒤로 돌려 허리 밑에 둔 손이 간지러웠다. 물에 젖은 모래가 찰박거렸다.
발은 금방 건조해졌다. 먼지가 엉겨 붙은 발로 걸었다. 그러다 널 본 것도 같고. 일부러 왔던 길을 되짚으며 걸었다. 네 눈을 보고 싶지 않았다. 되도록이면, 웬만하면. 너는 가게를 그리 열심히 지키지는 않는다고 했다. 인형들에게 맡기면 된다고 했었나. 너는 아마 내가 그것들을, 혹은 그 아이들을 꺼림칙해 할 걸 알고 있었다. 그래도 치우거나 멈추지는 않았다.
땅거미가 바닥에 내려앉을 즈음이었다. 가로등이 깜빡깜빡 하나둘씩 제 몸을 태울 즈음. 그때에야 건물들이 조금씩 낮아졌다. 환한 불들을 뒤로하고 걷다 보면 나오는 음산한 거리. 어쩐지 어두운 곳. 가게는 하필이면 그런 거리에 있었다. 징그럽기는. 그런 생각도 했다. 인형은 보이지 않았다. 발밑이 축축했다, 문득 돌아본 자리에 검은 발자국이 있었다. 그제야 발이 아팠다. 감상은 그 정도로만 끝났다. 텅 빈 가게가 어두웠다. 어둠에는 익숙했으니 불을 밝히지 않았다. 어스름이 두텁게 깔린 땅을 밟았다. 마당 한쪽에 신을 내려놓았다. 마루가 삐걱거렸다.
벽 안쪽에서 빛이 비치고 있었다. 모퉁이를 돌자 작은 병이 푸른 불을 뿜어내고 있었다. 눈이 마주쳤다고 생각했다. 그건 다리를 뻗으며 펄쩍 뛰었다. 허. 얼빠진 웃음이 샜다.
“뭐야. 뭘 놀라?”
“귀신인 줄 알았잖아!”
“귀신이 귀신 보는 게 뭐.”
차박이며 지나쳐 걸었다. 발 아래가 뜨거웠다. 기척 좀 내고 걸어! 뒤에서 그런 소리가 들렸다. 반응하지는 않았다. 실내가 금세 다시 어두워진 탓이다. 욕실은 금방 보였다. 등을 켜고 본 발밑이 검었다. 어딘가는 피가 말라붙어 있었다. 전에도 이랬던가? 사지가 부서지기 전의 나날은 까마득했다. 동시에 꺼림칙했다. 다시 꺼내보기 싫은 무엇이었다. 고개를 내저었다.
머리카락의 숨을 죽이고 몸이 안 젖은 데가 없을 즈음엔 다리가 저렸다. 내려다보니 다리 한쪽에서 붉은색이 흐르고 있었다. 별 생각 없이 짚은 목 뒤가 끈적거렸다. 손이 검게 물들어 있었다. 한번 죄었다 펴고선 물에 헹궈냈다. 발에 묻었던 먼지들을 마저 씻어냈다. 물이 닿던 다리가, 목 뒤가 따끔거려 샤워는 대강 하고 끝냈다. 덜 말린 머리카락에서 물이 떨어졌으나 수건이 닿는 목 뒤가 아팠다. 수건은 옷 더미 위에 겹쳐두었다. 천 따위가 바닥을 쓰는 소리가 멎었다. 마루를 디딜 때마다 발목이 쑤셨다. 굵은 가시가 관절 사이에 박혀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차오르는 불쾌감에 머리가 지끈거렸다. 누가 두개골 안쪽에서 뼈를 두드리고 있다면 그런 느낌일까. 할 수 있는 것도 없어서 애써 외면했다. 걷다 보면 현관 앞이었다. 벽에 몸을 기대고 앉았다. 시선이 데굴 굴렀다. 어깨가 축축했다.
목 뒤가 따가운 건 익숙했다. 갇혀 있던 시간은 세다가 중간에 포기했다. 매일 겪던 통증이었다. 지금도 간헐적으로 겪는 감각은 낯선 게 아니었다. 끔찍할 뿐이었다. 바지를 걷었다. 다리의 상처를 손끝으로 쓸었다. 불러온 부적에 글자를 써서 문에 붙여두었다. 도로 현관 앞에 주저앉았다. 다리를 끌어모아 웅크렸다. 눈을 감았다. 목덜미를 무언가가 타고 내려갔다.
널 사랑했느냐고 물으면 그랬다고 대답하겠다. 지금도 그렇느냐면 아니라고 할 거고. 이상하게도 아무도 믿지 않았다. 나는 나도 사랑하지 못했다. 나는 너를 용서하지 못했고, 나도 용서하지 못했다. 사랑은 그 뒤에야 이루어질 수 있는 무엇이다. 그 전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어느 순간에든 한을 씹어 삼켜야 했다. 악귀가 사랑을 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눈을 감으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공기가 차가웠다.
무언가 바스라지는 소리가 들렸다. 희미하게 푸른색이 비쳤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금방 문이 열렸다. 네 서늘한 눈이 웃었다. 아이고, 놀래라. 네 목소리는 미적지근했다. 눈살을 찌푸렸다.
“어딜 쏘다니다가 이제 와.”
“그냥 여기저기? 불은 왜 안 켜고 있어?”
그 말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등 뒤에서 빛이 들고 있었다. 어디선가 옅은 발소리가 여럿 들렸다. 네 손이 올라와 앞머리를 쓸었다. 축축한 머리카락이 손길을 따라 흔들렸다. 네 손을 잡아 밀어냈다. 발치에서 무언가 반짝였다. 시선을 내렸으나 아무것도 없었다.
“머리도 덜 말랐네.”
“자다가 아파서 깨긴 싫었거든.”
네가 무언가를 내밀었다. 눈을 가늘게 떠봐야 어두워서 보이는 건 없었다. 잠시 흑색을 노려보고서야 수건이 보였다. 어깨에 물이 한 번 더 떨어진 것 같았다. 머리카락을 문질렀다, 축축해지지는 않았다. 물은 빠질 만큼 빠져버린 탓이었다.
“대체 뭘 하고 다니는 건데?”
“걱정해주는 거야? 기쁜걸.”
“난 아픈 게 싫은 것뿐이야.”
목이 쓰라렸다. 수건은 어깨에 걸칠 수 없어서 손에 들고 있기만 했다. 다쳤구나. 네가 속삭이는 소리를 들었다. 너는 조만간 나를 지나쳐 걸었다.
“약 가져올게. 마루에 있어.”
왜 다쳤는지는 알아? 그러면 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을 테다. 너는 멍청한 사람은 아니었으니까. 알지만 말하지 않은 거겠지. 내가 말하지 않기를 바랐는지도 모른다. 그러니 별말도 하지 않았다. 그제까지도 약간은 아린 발을 이끌고 마루에 앉아 있었다. 살랑이는 바람에서 비 냄새가 났었다. 담장에 앉아있던 고양이가 뛰어내렸다. 나무 밑에 웅크려 있던 아이와 눈이 마주쳤다. 아이는 곧 사라졌다. 발소리가 가까워졌다. 약 특유의 시큼한 내가 났다.
“해줄까?”
“이거만.”
너는 내 옆에 털썩 앉았다. 네 손이 닿는 건 썩 달가운 일은 아니었다. 기억 속의 네 손은 따뜻했던 탓이다. 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목 뒤가 여전히 아렸다. 서늘한 손가락이 떨어지면서 머리카락도 다시 내려앉았다.
“다른 데는?”
“됐어, 내가 해.”
“아프잖아. 해줄게.”
“뭔, 형이 하면 아픈 게 덜하기라도 해?”
“그럴 수도 있지?”
그 말에 입을 다물었다. 너는 별 생각 없이 농담삼아 했던 말이었겠지만. 올라오는 말을 삼키고 나니 남는 게 없었다. 네 웃는 낯을 한 대 칠 수도 없었다. 마음대로 해. 결국 그렇게 중얼거리며 옷을 걷었다. 턱을 괸 채 네가 하는 양을 보고만 있었다. 너는 조용했다. 네 침묵은 익숙했고, 또 낯설었다. 눈이 뜨인 이후로는 낯설기만 했다. 내가 죽었던 시간 동안 많은 게 바뀌었다고 했다. 거기에는 물론 너도 포함되어 있었다. 문득 다리를 끊어내버리고 싶은 충동이 들었던 것도 같다. 생각은 생각에서만 그쳤다. 고개를 돌렸다. 바람에 흔들린 머리카락이 이마를 간지럽혔다.
“됐다.”
“오래 걸려.”
“대충하면 흉 진다구.”
어차피 다시 죽을 건데 뭘. 그런 말이 목 끝까지 닿았다. 내뱉지는 않았다. 네 얼굴을 보기 싫어서였다. 곁에서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났다.
“머리 말려 줘?”
“꺼져.”
“너무해라.”
네 목소리에는 웃음기가 묻어있었다. 병괴물 몇 마리가 머리 위에 바구니를 이고 뛰어갔다. 뭘 지고 뛰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그들은 생각보다 빨랐던 탓이다.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멎었다. 천 자락이 쓸리는 소리가 나질 않았다. 네가 곁에 앉아 있었다. 일 없어? 그런 말도 나오질 않았다. 내가 할 일이 있었냐면 그건 또 아니었다. 기껏해야 자는 일 정도였다. 네가 날 보고 있다는 착각도 들었다.
“야오.”
대답하지 않았다. 눈만 느릿하게 깜빡였다. 나뭇잎이 바람에 춤추는 소리가 들렸다. 너는 조만간 일어났다. 발소리가 멀어지다 이내 사라졌다. 네가 사라진 자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사람이 떠난 자리를 아무리 노려다봐야 나오는 건 없었다. 디딘 발은 따갑지 않았다.
네가 내어준 방은 삭막했다. 네가 지내는 방도 건조해 보이기는 했다. 건물 자체가 그랬다. 방이든 마루든 간에 온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먼지가 내려앉은 곳은 없었으나 냉기가 감돌았다. 귀신들이 사는 집이니 그럴 만도 한가. 장 위에 올려진 도자기를 톡 쳤다. 팅, 맑은 소리가 잠깐 울리다 사라졌다.
그날은 꿈을 꿨다. 네가 나오는 꿈은 거의 늘 개꿈이었다. 주변이 검었다. 어디선가 울리는 물소리와 소금 내음으로 바다라고 추측했다. 너는 저 앞에서 걷고 있었다. 문제가 있다면 네가 난간을 걷고 있었다는 점일까. 네 곁에는 늘 귀신이 있었다. 그건 원한도 없어 보이는 꼬마애들이기도 했고 금방이라도 흩어질 듯한 사람들이기도 했다. 가끔은 동물들도 있었고. 하지만 그때는 없었다. 그래서 꿈이었다. 종종 뛰어 네 곁으로 갔다. 눈이 마주쳤다고 생각했다, 명멸하던 가로등이 뻑 소릴 내며 꺼졌다. 저 멀리서 등대가 비추는 빛이 흔들리고 있었다. 네가 멈춰 섰다. 내가 멈춘 것과는 연관이 없을 것 같았다. 점점이 빛나는 불빛들이 어렴풋했으나 네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하필 네가 빛을 등지고 있어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그때 네가 뭐라고 했더라. 이상하게 그것만 떠오르지 않았다. 너는 그대로 기울어졌다.
퍽, 하는 소리가 들렸다, 어느샌가 시야가 밝았다. 푸른 여명이 엷게 바닥에, 벽지에, 천장에 덧발리고 있었다. 부스스 일어나 앉았다. 네가 내어준 방에는 시계가 없었다. 빛의 모양으로 시간을 가늠하는 일에는 익숙했으니 없어도 괜찮았다. 문제는 그게 맑은 날에만 그렇다는 점 정도였다. 평소보다 공기가 서늘했다. 무언가가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눈을 가늘게 뜨고서야 창에 물 자국이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그제야 빗소리가 들렸다.
아침. 아침, 좋아하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싫어하느냐면 그건 아니었고, 무서워하느냐면 그건 또 아니었고. 괜히 팔을 문질렀다. 건물 어딘가에는 시계가 있었다. 8시. 생각만큼 늦지도 빠르지도 않은 시각이었다. 날따라 귀신이 없었다. 늘 그랬듯이 아침은 거북했다. 꺼진 전술 단말기를 충전기에 꽂아두었다. 괜히 탄 유자차는 쓰기만 했다. 그건 네 취향이었던가. 나는 몰랐다.
밖을 쏘다닐 생각은 접었다. 비가 내리는 날에는 안 좋은 일이 생겼다. 그랬던 것 같다. 아니었지만 그렇게 됐다. 뜨거운 차를 삼켰다. 목구멍이 타들어 갔다. 너는 잠이 없었다. 그래서 별 의심도 없이 네 방문을 열었다. 네가 없었다. 대수롭지도 않았다. 놓여 있던 등에 불을 붙였다. 실내는 조금 밝아졌다. 정말 조금.
책장에 가지런히 꽂힌 책엔 제목이 없었다. 너는 어떻게든 구분하는 모양이었지만. 어디다 꽂았는지 다 기억하나? 책 위를 검지로 꾹 누른 채 손을 뺐다. 책은 그대로 손바닥 안에 들어왔다. 표지의 글자는 번져서 읽을 수 없었다.
책의 내용은 정해져 있다. 무슨 생각으로 읽느냐에 따라 기억되는 게 다를 뿐이다. 그래서 기억에 남지 않았다. 팔랑팔랑하는 소리가 고요했다. 네 덜미를 잡을 만한 이야기는 없었다. 그렇게 몇 권을 훑었다. 금방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네가 일기 정도는 남겼을 것 같았다. 허탕이었다. 그때에도 하늘은 여전히 어두웠고 비는 그칠 기미조차 없었다. 전술 단말기에 불이 켜져 있었다.
흑문은 그때도 종종 열렸다. 몬스터가 난동을 부리는 일은 잦지 않았으나 아예 없는 것도 아니었다. 몇 마리를 잡았더라. 그것까지는 일일이 기억하지 않았다. 카마가 있었다는 것만 떠올랐다. 팔이 너덜거렸다. 괜찮냐고 묻는 지휘사에게 당연스레 괜찮다고 대답했다. 머리에서 피가 나는 게 어디가 괜찮냐는 말도 들었다.
“안 죽었잖아.”
“목숨만 붙어있다고 괜찮은 건 아니거든.”
그 뒤에는 뭐라고 대꾸했더라. 별 생각없이 뱉은 말에 지휘사가 굳었던 것만 생각난다. 거기에 미안하다고 했더니 치료만 받고 밥이나 먹으러 가자고 했던가. 내려다 본 손이 덜덜 떨렸다. 지휘사가 응급처치라도 하고 가자며 만장정으로 끌고 갔다. 보람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너는 한번 자리를 비우면 밤이 되어서야 들어오고는 했으니까. 네가 있든 없든 가게는 늘 열려 있었다. 시간이 되면 자동으로 작동하는 로봇 남매가 있던 탓이다. 날따라 만장정은 닫혀 있었다. 평소라면 남매들이 가게를 열고도 남았을 시간이었다.
네가 발라주곤 했던 약은. 보통은 네가 무언가를 섞었다. 굳이 물어보지 않은 열매, 이파리, 짓이긴 뿌리 같은 것들. 너는 여분을 만들어두지는 않았다. 내가 다쳐서 올 때마다 달그락거렸으니까. 만드는 법을 모른다고 했다. 치료를 받으면 좋겠지만 받지 않아도 괜찮았다. 그건 지금도 그랬다. 지휘사가 네 행방을 물었으나 대답하지 않았다. 돌아서는데 손목이 붙잡혔다. 날이 서늘했지만 지휘사의 손은 따뜻했다.
아파본 적은 없다. 그건 죽기 전에도 그랬고 죽은 뒤에도 그랬다. 병이 든 적은 없었다. 어딘가가 찢기고 베이고 뜯기는 일은 있었지만 앓은 일은 없었다. 그러니까, 감기에 걸리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지휘사는 아니었던 모양이지만. 등 떠밀려 옷을 갈아입었다. 그리고 나서는 간단한 응급 처치만 받고… 뭘 먹었다. 점심이 조금 지난 시점이었다. 받은 우산의 손잡이는 거칠었다. 발치에서 뛰어놀던 빗방울이 신발에, 바지 끝에 들러 붙고 있었다. 하릴없이 철벅철벅 걸었다. 그때도 가게는 닫혀 있었다. 별일이지, 만장정은 늘 열려 있었는데. 누군가가 하는 말을 들었다. 뒷문을 열고 들어서자 로봇 남매가 구석에 앉아 있는 게 보였다. 한참 그 앞에 앉아 고민했다. 로봇 인형은 켜는 방법조차 몰랐다. 창틀에 물이 고일 즈음의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목덜미에 버튼이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둘 다 작동하지 않았다. 기계 인형을 충전하는 방법 같은 건 몰랐다. 알고 싶지도 않았다. 할 수 있는 건 인형을 그대로 두는 일이었다. 별생각은 없었다. 네가 금방 올 거라고 생각했다.
만나는 사람마다 널 찾기에 여행이라도 간 것 같다고 얼버무리는 게 습관이 되었다. 웬시 누나는 네가 오랫동안 사라지는 일은 종종 있었지만 가게를 닫은 건 처음이라고 했다. 나는 네가 뭘 하든 상관은 없었다. 다치지만 않으면 괜찮았다. 손에 들어온 부적이 검게 그을렸다. 옅게 불꽃이 튀는 소리가 나다간 순간에 종이가 타버렸다. 바닥에 떨어지는 재는 그저 쌓일 뿐이었다. 발로 재를 흩뜨렸다. 만장정은 넓지는 않았으나 그렇다고 좁은 것도 아니었다. 그러니까… 혼자 지내기에는 넓었다.
귀신들은 네가 떠난 날부터 하나둘씩 사라졌다. 그들은 보통 사람들이 저희를 볼 수 없다는 걸 안다. 온 데를 제집 드나들듯 오가더라도 여기만큼은 그러지 않았다. 더욱이 대개는 호의적이던 네가 없으니 올 이유가 없는 모양이었다. 네가 없으니 자연히 병괴물도 사라졌다. 고요에는 익숙했다. 익숙한 만큼 끔찍했다. 그래도 잠은 잤고, 밥도 먹었다. 대신 선잠이 늘었고 얹히는 일이 잦았다. 손끝이 시렸다. 숨이 허공에서 희게 흩어졌다. 건너편 신호등의 불이 깜빡이고 있었다. 14, 13, 12… 3분 정도 기다린다고 큰일이 나는 것도 아니어서 뛰지 않았다. 횡단보도 앞에 멈춰 섰다. 차가 달리며 이는 바람에 눈이 시렸다. 두 걸음 정도 물러서 있었다. 발밑 땅이 미세하게 떨었다.
“아저씨는 안 가요?”
대답이 들리지 않았다. 옆에 꼬마가 있었던가, 있었던 것 같기도 했다. 어른은 없었다. 시선이 마주쳤다. 발밑에 그림자가 없었다. 아저씨. 어린아이들은 간혹 자기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을 전부 아저씨나 아줌마로 퉁치고는 했다. 말할까. 귀찮았다. 그만두었다.
“안 가냐니. 어디로?”
“그걸 왜 나한테 물어봐요.”
“모르니까 물어보지.”
문득 차가 멈춰서는 게 보였다. 올려다보니 파란색이 깜빡이고 있었다.
“속상한 건 싫잖아요.”
내려다본 자리에는 아무도 없었다. 귀신에게 뜻 모를 말을 듣기는 흔한 일이다. 시야 한구석에서 검푸른 빛이 일렁였다. 눈을 문지르며 걸었다. 거리는 어두컴컴했다.
원래.... 명륜배드 텍스트만 알고 나머지는 몰뇌인 채로 뭔가를 써보고 싶어서 쓰던 글인데 막혀서 놨습니다.
보고싶었던 부분은 따로 있는데... 그게 하필 끝장면이었고 머리가 굳어서 사건이 생각나지 않았어요. 뭔가 생각이 나면 잇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어쩌구...
노동요는 ピコン - 君の脈で踊りたかった 동당님의 커버를 많이 들었어요. 라오루의 테마 1번도 많이 들었습니다. 이외에 Lanndo - 祈りは空っぽ/peg - 夜になったら耿十八は ft.初音ミク/What Angels Wake Me를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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